MISTER: Jinsung PARK solo exhibition
Unfamiliar yet Somehow Familiar Faces: The Art of Jinsung PARKMISTERJinsung PARK solo exhibition2024. Jun. 15 - Jul. 13
2024. 07. 07일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부산 대표 조각가 박진성·감성빈 맥화랑·아트 소향서 각각 개인전 독창적 조각 넘어 회화까지 선봬 |
박진성과 감성빈. 부산의 40대 조각가인 두 사람은 치열한 작업으로 미술판에서 꽤 유명하다. 전업 작가라는 말 그대로 두 작가는 매일 아침 작업실로 출근해 저녁까지 작업만 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부터 어떤 형태로 발전시킬까에 대해 고민을 반복했고 당연히 작품에 그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젠 전국 아트페어를 비롯해 외국 페어에서조차 두 사람의 작품을 찾을 정도로 고정 팬도 많이 생겼다.
이름이 꽤 알려진 작가로 미술판에서 안정된 위치를 차지했지만, 두 작가는 멈추지 않았고 그 결실을 만날 수 있다. 부산의 두 화랑에서 펼쳐진 두 작가의 개인전에선 기존의 장점에 더해진 새로운 시도가 무척 반가웠다. 장기인 조각뿐만 아니라 회화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말까지 열리는 두 작가의 개인전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꼭 챙겨보길 권한다.
박진성 작가의 새 시리즈 ‘나와나’. 맥화랑 제공
■박진성, 눈물의 카타르시스
어른이 된다는 건 감정에 솔직해져서는 안 된다는 걸 배우는 과정이다. 특히 남자 어른의 눈물은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여겨 참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박진성 작가의 작품은 눈물이 주는 긍정적 효과와 위로에서 시작됐다.
맥화랑에서 13일까지 열리는 박진성의 ‘미스터’전은 어린아이의 외향에 민머리, 거뭇거뭇한 수염과 깊은 주름을 가진 박 작가 특유의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외모, 한 방울의 눈물을 머금은 이 인물은 많은 이들의 웃기로 울렸다. 재미있는 상황에 웃다가 조각에 다가갈수록 느껴지는 고달프고 힘든 정서에 동질감을 느낀다. 본인 같아서 혹은 아버지 같아서 혹은 그리운 어떤 존재 같아서 많은 관객이 박 작가의 인물 조각을 집에 데리고 갔다. 울지 못했던 현대의 어른들은 자신을 대신해 울어주던 조각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박진성 ‘풍선’. 맥화랑 제공
박진성 ‘my story’. 맥화랑 제공
이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았던 박 작가는 계속 작업을 확장시켰다. 다양한 오브제를 등장시키며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작은 꽃을 들고 있거나 풍선 같기도 하고 큰 쿠션 같기도 한 핑크빛의 덩어리와 함께 한 인물도 있었고,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해 보자는 의미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을 책과 인물 시리즈도 선보였다. 파랑새 시리즈 역시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베스트셀러처럼 미술 시장의 반응이 좋은 시리즈를 여러 개 가졌지만, 박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부조 형태로 만들어진 책 조각 위에 페인팅이 덧입혀진 액자 시리즈와 똑같이 생긴 두 인물이 손을 맞대거나 마주 보는 ‘나와나’ 시리즈가 그것이다.
책 모양의 조각에 회화를 직접 그린 박진성의 ‘파랑새-여행’. 맥화랑 제공
우선 액자 시리즈에선 박 작가의 단단한 페인팅 실력에 놀라게 된다. 조각에서 드러난 채색 솜씨를 미리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놀라운 수준의 회화 작품을 선보일 정도일 줄 몰랐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회화 작가는 “조각에 페인팅까지 잘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푸념을 잔뜩 할 정도였다.
나와나 시리즈는 박 작가의 고민이 특히 많이 담긴 작품이다. “제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가 위로인데 문득 나를 가장 잘 알고 잘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더군요. 너무 힘들거나 슬플 땐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들리지 않더군요. 결국 스스로 마음을 잡고 일어나야 한다는 걸 느꼈죠. 그래서 쌍둥이처럼 같은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위로하는 나와나 시리즈가 탄생했어요.”
슬픔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한 눈물, 진정한 위로를 전하는 내면의 나. 전시를 보고 나면 뭔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가벼워진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